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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3호] 강상경 - 정신장애인 인권의 출발점: 스티그마와 불평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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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734회 작성일 20-10-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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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대학이상의 학력을 가진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전체 정신장애인의 약 30%로 전체 15개 장애유형 중 두 번째로 높다(보건복지부, 2017). 하지만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10.8%로 전체 15개 장애유형 중 15번째로 최저이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17). 장애유형별 전체 평균 고용률이 36.5%라는 점을 고려할 때, 10.8%에 불과한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대사회에서 고용의 중요한 요소인 인적자본의 축적은 상당 부분 교육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고용률과 소득수준 또한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정신장애인의 교육수준이 높은데 고용률과 소득수준이 낮다는 것은 현대사회의 교육수준과 고용 및 소득 간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 상식에 위배된다. 이러한 상식에 반하는 우리 사회의 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정신장애 스티그마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신장애 스티그마-차별-실업-저소득-복지의존-스티그마의 악순환


15개 장애유형 중 스티그마 수준이 가장 높은 장애는 아마도 정신장애일 것이다. 스티그마는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부정적 인식에서 기인하는 부정적 정서, 부정적 인식과 정서의 결과로 초래되는 차별적 행동으로 연결된다. 상징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구성된 정신장애 스티그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몇 가지 대표적인 사회적 인식은 “(1) 정신장애인은 일반 사람보다 열등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2) 일반사람들처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3) 일을 잘 할 수 있어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등 다양하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사회적 차별행동으로 연결된다.


정신장애 스티그마로 인한 첫 번째 차별의 예는 위에서 언급한 낮은 고용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취업률은 정신장애인들의 소득수준에 영향을 준다. 2017년 기준으로 등록정신장애인의 평균 가구소득은 180만 원이다. 이는 전체 장애유형별 등록장애인 평균 가구소득인 242만 원보다 60만 원 이상 낮고, 전체 15개 유형의 장애유형별 가구소득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신장애인의 낮은 취업률은 소득수준 하락에 그치지 않고 노후생활안정과 관련된 연금 가입의 불평등양상으로 연결된다. 2017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장애인의 비율은 전체 장애인의 약 38% 정도인데 반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16.5%에 불과해 15개 장애유형 중 뇌전증 다음으로 낮았다. 사적 개인연금에 가입한 정신장애인의 비율도 0.7%에 불과하여 전체 장애유형 중 가장 낮았다.


이러한 낮은 취업률과 낮은 소득수준은 정신장애인을 수급대상자로 만든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중 생계급여 대상자 비율은 54.7%, 의료급여 대상자 비율은 57.7%, 주거급여 대상자 비율은 53.8%로 나타나, 전체 15개 유형의 장애인 중 생계급여 대상자 비율 15%, 의료급여 대상자 비율 16.2%, 주거급여 대상자 비율 14.4% 보다 훨씬 높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15개 유형 장애인의 장애연금 기초생활수급률은 평균 28% 정도인 반면, 정신장애인의 장애연금 기초생활수급률은 61.3%로 평균의 2배 이상이다.  


낮은 취업률과 낮은 소득으로 인한 높은 사회보장수급률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한다. 스티그마는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고 전파된다. 따라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정신장애인 스티그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정신장애인 스티그마를 막연하게 인지하고 있던 사람이 소득이 낮은 정신장애인이 사회복지 수급 대상자라는 것을 아는 순간, 정신장애인은 열등하고 무능력하다는 정신장애 스티그마를 강화한다. 스티그마로 인해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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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정신장애 스티그마로 인해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


정신장애 스티그마가 이러한 순환과정의 원인이자 결과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신장애 스티그마 해소가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티그마의 형성 및 유지의 본질적 특징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티그마 형성과 유지 


스티그마는 개인체계 내적인 심리과정과 사회환경체계의 역동에 의해서 형성되고 유지된다. 다음 그림은 사회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정신장애 스티그마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과정 및 본질을 보여준다(강상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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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정신장애 스티그마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과정 및 본질


개인체계 차원의 스티그마 형성은 심리과정의 본질에 기인한다. 사람은 인지효과성을 위해 본능적으로 다양한 상징을 구성하고 구성된 상징에 기초한 상호작용을 한다. “정신장애”도 이러한 분류위주의 인지 효과성에 기초하여 형성되어 사회적으로 공유된 상징이다. 사회적 분류로 인해 “정신장애”라는 상징이 형성되면, 다양한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개인의 특성은 도외시된 채 정신장애라는 하나의 상징적 범주로 분류된다. 그 결과 일반인이 정신장애 치료경험이 있는 개인을 만났을 때 개인의 특성을 이차적 인지과정을 통해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정신장애인이라는 부정적 상징으로 개인을 이해하는 편견의 인지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스티그마는 개인체계에 내재화된다.


사회환경체계 차원의 스티그마 강화과정은 사회 및 조직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현대사회의 환경체계를 구성하는 사회나 조직의 특성은 권위와 자원의 위계적 불평등이다. 이러한 권위와 자원의 불평등은 사회의 위계 및 계층화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권위와 자원이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권위와 자원의 불균등은 지위 위주의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관계는 사회나 조직 구성원간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심리과정 및 인지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예를 들어, 직업재활 훈련에 성공한 경우에 정신장애인은 성공 원인을 자신보다는 의사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에게 귀인하는 경향이 큰데 비해, 전문가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거나 성공의 귀인을 자신의 노력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직업재활 훈련에 실패한 경우에 정신장애인은 실패의 원인을 전문가보다는 자신에게 귀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문가는 실패의 귀인을 당사자의 준비부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주변인의 이러한 인지적 귀인의 결과, 정신장애인은 스티그마를 내재화 하게 되고, 주변인은 정신장애 스티그마를 재확인하면서, 정신장애 스티그마는 개인체계 및 환경체계 전반에 걸쳐서 유지되고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개인체계 및 사회환경체계의 메커니즘 결과 정신장애 스티그마는 더욱 강화되고 확산된다. 확산된 스티그마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차별로 이어져서 정신장애인의 낮은 취업률, 낮은 소득수준, 높은 복지의존을 초래하고, 이러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높은 복지의존은 정신장애 스티그마를 확대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해소와 이를 통한 고용촉진과 소득증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스티그마 해소 및 대처가 관건이다.


스티그마 해소 전략


스티그마의 형성과 유지 과정에 개인체계 및 환경체계 역동이 모두 작용하기 때문에 스티그마 해소 전략도 아래 그림에 묘사된 것처럼 두 차원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즉 개인체계차원에서 자동적 사고보다는 통제적 사고를 하고, 사회환경체계 차원에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제도 및 정책실현을 위한 법제도를 개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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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정신장애 스티그마 해소 전략의 선순환 고리


개인체계 차원에서 스티그마의 문제는 개인 다양성을 도외시한 채 분류에 따른 범주를 기준으로 “자동적 사고”를 통한 이차적 인지과정으로 개인을 판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대상자가 관찰자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낮선 사람일 경우에 더욱 잘 작동한다. 정신장애인 가족 및 정신건강분야 종사자들을 제외한 우리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정신장애인을 직접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 스티그마가 확산하는 이유는 스티그마의 자동적 사고 속성 때문이다. 자동적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스티그마의 본질에 대한 교육, 정신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접촉기회 증대, 정신장애 옹호 경험을 통한 통제적 사고를 증진하고, 정신장애인 당사자 역량강화를 통한 효능감 증진을 통해 통제적 사고능력 함양 및 적응유연성을 증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회환경체계 차원에서 스티그마의 가장 큰 원인은 “권위와 자원의 불평등”이다. 즉 스티그마와 차별의 악순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권위와 자원의 불평등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스티그마 해소와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정신장애인 고용지원정책과 소득보장정책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복지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의 수행을 위해서는 관계되는 법이 뒷받침되어야하기 때문에 관계 법령의 개정과 이에 수반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복지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스티그마의 해소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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