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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1호] 제철웅 -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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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8회 작성일 20-09-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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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인 8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보고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피진정인인 이해찬 전대표는 2020.1.15.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 녹화방송분)에 출연해 당시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홍보소통분과위원과 대담을 나누던 중... 최혜영 교수를 언급하면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는데, 대화를 해보니까 의지가 강하면서 선하다.”라고 말하였다. 이해찬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라고 보고 장애인단체에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였다. 이런 발언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이 발언을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로서 인권침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동시에 인권위가 개입하여 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는 대상인지이다. 이 글은 이 문제에 대해 법률가들은 어떤 사고를 거쳐 판단하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법전문가와 여타의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을 조력하기 위해 작성하였다. 물론 여기서 기재한 사유의 전개과정은 법전문가로서 필자의 사유과정이지 법률가들에 공통된 사유과정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법률가들은 검토의 전 단계에서 판단해야 할 핵심지점, 쟁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접수된 사건은 정치인이 ‘선천적 장애인’과 ‘후천적 장애인’을 비교하면서 선천적 장애인이 후천적 장애인에 비해 의지가 약하다는 등의 표현을 하였는데, 법률가라면 이런 표현이 첫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의 조사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 된다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인지를 검토해야 하고, 둘째, 이런 표현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괴롭힘 금지 등)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이제 국가인권위원회의 관할권의 범위에 속하는지를 살펴본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는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당한 사람(이하 "피해자"라 한다)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ㆍ보호시설의 업무 수행(국회의 입법 및 법원ㆍ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제외한다)과 관련하여 「대한민국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 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2. 법인, 단체 또는 사인(사인)으로부터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② 삭제 

③ 위원회는 제1항의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④ 제1항에 따른 진정의 절차와 방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의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을 경우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구제조치 등의 권고)

① 위원회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판단할 때에는 피진정인, 그 소속 기관ㆍ단체 또는 감독기관(이하 "소속기관등"이라 한다)의 장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개정 2016.2.3>

1. 제42조제4항 각 호에서 정하는 구제조치의 이행

2. 법령ㆍ제도ㆍ정책ㆍ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

② 제1항에 따라 권고를 받은 소속기관등의 장에 관하여는 제25조제2항부터 제5항까지를 준용한다. 

먼저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라 진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ㆍ보호시설의 업무 수행(국회의 입법 및 법원ㆍ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제외한다)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위 진정사안의 피진정인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기관”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된다. “국가기관”에 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별도의 정의를 하지 않는데, 국가기관과 구분하여 “국가행정기관”(동법 제20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양자의 표현의 차이점을 감안하면 국가기관은 국가행정기관 보다는 더 광의의 기관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는 ‘정당’이 국가기관에 해당되는지, 또는 피진정인이 국회의원일 경우 국가기관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된다. 국회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 역시 국가기관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피진정인이 국회의원이 아닌 정당의 당직자라면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문제될 것이다. 우리 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동시에 국민의 세금으로서 정당을 지원하고, 정당을 통해 대의정치를 실현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관점에서 보면 국고의 지원을 받는 정당과 그 당직자는 국가기관에 해당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정당의 당직자가 선거와 관련된 업무수행을 할 때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인권침해를 하거나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권은 개인의 인권만 인정되는가, 아니면 집단으로서의 인권도 있는가?


이어서 정당의 당직자 또는 국회의원이 그 고유한 업무(입법은 제외한다. 제30조 제1항 제1호에서 이를 제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를 수행할 때 인권침해를 하거나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하려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 즉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이 때의 피해자 개념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때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침해를 받은 피해자와 동일시 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때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특정한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해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가령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8 판결, 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2도1318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인권의 경우, 특정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아니라, 인권의 존중과 향유를 침해하는 효과가 있는 구별(distinction), 배제(exclusion), 제한(restriction) 등을 막고자 하는 것에 보호법익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권리협약 제2조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또는 여타 모든 분야에서, 다른 사람과 평등한 기반 하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정받고, 향유하며, 행사하는 것을 침해하거나 무력화시키는 목적 또는 효과가 있는 모든 구별(distinction), 배제(exclusion), 제한(restriction)을 의미한다. 그것은 정당한 편의제공의 부정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한다. 동 협약 제4조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충분히 실현하도록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가기관 역시 이런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인권은 개인적 인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집단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에 포함된다. 그런 이유로 국제인권법에서는 여성 인권, 아동 인권, 장애인 인권, 소수 인종 등의 집단의 인권이 인정되어 왔다. 국가기관은 장애인이라는 집단으로서의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 집단이 인권침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국제인권법은 인권을 개인의 인권에 한정하지 않고, 집단으로서의 인권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인권 중에서도 집단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영역의 인권이 있다. 특히 장애인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포함한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장애인 집단으로서의 인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기관이 장애인 집단을 구별지음으로써 그의 인권의 존중과 향유를 침해하는 발언을 하였다면 개개인의 장애인의 인권침해와 무관하게 국가기관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국가기관이 장애인을 구별짓고, 배제하는 정책과 언행의 배경과 이유, 해결방법을 조사해서 거기에 걸맞는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고유한 역할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국가인권위원회 제19조 참조).

인권침해의 경우 시정조치로서 법령, 제도, 정책, 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도 이처럼 구체적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관행의 개선을 위해 정당차원의 장애인인권 관련 교육과정의 이수 등을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정당은 국가정책결정의 산실이기 때문에 정당의 중요한 당직자가 장애인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장애인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점에서 소홀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의 괴롭힘 금지 등에 해당되는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

① 장애인은 성별, 연령,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에 상관없이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 괴롭힘 등의 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상담 및 치료, 법률구조, 그 밖에 적절한 조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괴롭힘 등의 피해를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사적인 공간, 가정,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유기, 학대, 금전적 착취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 누구든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표현, 희롱, 장애 상태를 이용한 추행 및 강간 등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등을 근절하기 위한 인식개선 및 괴롭힘 등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적절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달리 주된 목적이 개별 장애인이 당한 차별(정당한 편의제공이 없는 것을 포함)을 구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법률이다. 일반론으로 말하자면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개선의 노력과 별개로, 제도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개별 장애인이 기존 제도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그 점에서 개별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법이며, 개별 피해장애인을 구제하기 위한 법인 셈이다. 그 점에서 동법 제32조의 괴롭힘 등의 금지 역시 개별 장애인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규정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경우 차별행위의 시정을 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해배상까지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43조, 제46조). 특히 그 손해배상청구에서는 일반 불법행위와 달리 가해자가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손해액을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별행위로 인한 피해구제를 손쉽게 함으로써 차별행위를 막기 위한 강력한 법규정인 셈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별 장애인의 보호를 위한 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집단으로서의 장애인(그 범주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에 대한 차별행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과 시정조치가 있다고 해서 그 행위가 곧바로 모든 장애인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위 진정사건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획정된 장애인을 괴롭히거나 집단따돌림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국가기관의 장애인 인권침해 행위’로 보더라도, 개별 장애인의 괴롭힘 등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법률가가 판단의 기준을 세워 거기에 맞추어 개별 사건을 판단하고자 하는 이유는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법률가들은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직업윤리가 있다. 또한 특정 행위를 벌하더라도 사람 자체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여야 할 직업윤리가 있다. 이런 직업윤리는 전문가로서의 법률가들이 만들어 내었다기보다는 그 사회의 연장자, 예언자, 장로, 선지자들의 지혜를 법률가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임명한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이 다수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 판단을 한 것은 이런 지혜의 일단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사회의 연장자, 예언자, 장로, 선지자들이 없어진 지 오래된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점점 성장배경, 가치관, 세계관 등에 영향을 받아 어떤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편견이나 편향된 인식을 싹틔우고 강화시키는 것 같다. 이런 편견이나 편향된 인식은 인간사회에서 필수적인 상호소통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가 된다. 이런 장애가 지속되는 사회에는 흑백논리가 횡행한다. 흑백논리가 지배하게 되면 그 사회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극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법률가조차 적대적 진영에 속해 상호를 비방하는 일이 빈번한 요즘의 세태를 보면 시민들의 정신건강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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