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8호] 최윤영 - 코로나19 현상을 통해 바라본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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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인복지는 복지서비스의 개념을 넘어서 "인권(Human rights)"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장애인복지는 이제는 서비스 측면만이 아니라 "권리적인 측면"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인권을 가장 넓은 의미에서 정의하자면, 인권은 인간이 내재적으로 갖는 존엄과 가치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인간이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인 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주장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의미한다. 이처럼 장애인복지의 개념은 개별적 손상이나 기능상의 장애에 초점을 두고 장애인을 시설보호와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의료상의 관점으로부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상화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전인적으로 지원하는 통합적인 관점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즉, 장애인복지 분야는 더 이상 시혜나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권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다. 예로서, 2002년 10월 일본 오츠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 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 ESCAP) 회의에서 제2차 아태장애인 10년(2003~2012) 동안 채택될 행동 계획안인 '아태지역의 장애인을 위한 통합적, 장벽 없는 그리고 권리에 근거한 사회를 향한 '비와코 새천년 행동 계획안'이 채택되었다. 이 행동계획 안에서는 통합적(Inclusive), 장벽 없는(Barrier Free), 권리에 근거한(Rights-Based) 세 가지 요소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데,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동정에 근거한(Charity-Based)'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인 문제를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2006)은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개인에 국한된 재활이나 시혜적인 복지 차원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실질적인 참여와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인권적 차원에서 장애인의 권리에 기초하여 접근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영한 것이다. 이 협약은 기존의 국제 인권조약을 보충하는 것이며, 장애인의 새로운 인권을 특별히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모든 인권을 동등하게 누릴 권리를 존중하고 확인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사회복지서비스의 양적인 팽창과 지역사회서비스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후 존재하던 대형시설 중심의 수용보호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2017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 거주 시설은 1,517개소이고,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30,693명이다. 거주 시설에 사는 사람 중 25%가 100인 이상이 시설에 살고 있으며, 100인 이상 시설의 평균 입소 인원은 139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거주 시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장애계는 2011년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여 법 59조에서 ‘장애인 거주 시설의 정원은 30인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정하였다. 그런데도 이전에 존재하던 30인 초과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서 장애인단체가 탈시설을 간절히 염원하는 이유는 집단거주 시설의 열악함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형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인도적인 처우와 개인 자유의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인 것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 탈시설 정책이 왜 절실하게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2020년 초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장애인 집단감염사례와 경기도 여주의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코로나 19 치사율은 7%로 한국 전체 치사율의 2.3%보다 3배 이상 높다. 여주 시설의 첫 확진자는 단독보행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시설에만 머물게 되었다.
미국 뉴욕 장애인 권익 옹호 모임의 조사에 의하면, 뉴욕시의 장애인 거주자들은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코로나 19에 감염될 확률이 5.3배나 높았으며, 또한 사망할 확률 역시 4.9배나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우리나라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처럼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환기나 위생관리가 쉽지 않은 장애인 거주 시설의 경우 주로 코호트 격리를 취하면서 보건상 안전조치를 동반하지 않은 체, 외부와의 격리와 차단에만 주력한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1960년 이후 장애인에 대한 반인권적 수용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시민구성원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설의 차별적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하여 왔다. 이는 결국 UN 장애인권리협약에 의거 ‘자립 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의 원칙 준수의 필요성과 국가적 이행 노력이 제기되었고, 특히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시설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우리 정부에 ‘장애 인권 모델 기반의 탈시설화 전략’을 개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역시도 시설의 한계와 인권 침해적 요소를 지적하며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마련을 권고한 바도 있다.
여기서 탈시설이란? 장애인 생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추진하는 탈시설 지원법 법률안 제4조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장애인은 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
②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주거형태 및 동거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③ 장애인은 자신의 거주지, 주거형태 및 동거인 선택을 포함한 삶의 방식에 관하여 자신의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④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자립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⑤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와 시설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
⑥ 장애인은 자신의 지역사회 정착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자기의 견해와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장애인의 권리는 선언적인 권리가 아닌 인권 그 자체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장애인계의 염원을 담은 탈시설 정책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으로 잘 추진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전국 시설의 거주인 현황을 분석하는 한편, 개인별 욕구에 기반한 실질적인 탈시설 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로드맵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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