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5호] 김미옥 - 발달장애인은 진정한 파트너인가?: 발달장애인 지원에서 '공동생산(Co-production)'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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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공동생산인가?
최근 장애인복지실천 현장에서는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다양한 실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사람중심계획(person-centered planning), 지역사회 기반(community-based), 적극적 지원(active support), 권익옹호(advocacy), 지원망(circle of supports) 형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자기 결정과 선택권 보장, 지역사회 참여 존중, 장애인의 욕구에 기반한 유연한 서비스 등을 강조한다. 전문가가 아니라 이용자 중심으로 사고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일련의 흐름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이용자 중심성을 실천하기 위한 ‘이용자 참여’가 강조되어 왔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어 왔다(김미옥, 2012). 예컨대,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이용자를 대상으로 욕구 조사를 실시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서비스 제공 후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평가를 시행하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이 이용자 참여를 목표로 한 실천 방식이 다수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이용자의 권한과 자기 결정이 온전히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 논의들이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그 장애 특성으로 인하여, 동등한 협력보다는 전문가 주도의 특성이 강한 형태로 다수의 사업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왔다. 즉, 발달장애인 옹호를 지향하면서도, 실제 그 주체인 발달장애인은 여전히 소극적인 참여자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파트너쉽의 주체일 수는 없는 것일까?
2. 이용자 중심성, 그리고 공동생산
최근 이러한 실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용자 중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 공동생산이 제안되고 있다(Alford, 2009; Brandsen et al., 2018). 공동생산은 이용 주체가 정책 및 서비스에 대한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정부 또는 기관,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정책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Evers, 2003). 공동생산은 1970~80년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되었으나(최지민 외, 2015) 현재는 사회복지 영역에서 영국, 유럽을 중심으로 이용자 중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Bovaird and Downe, 2009). 특히 발달장애인 지원영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공동생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각각의 지원들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기존 방식보다 더 긍정적인 서비스 효과를 보는(Olsen and Carter, 2016)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공동생산 방식은 기관 종사자와 이용자에게는 익숙한 듯하지만, 그 실천에서는 혁신적인 방법일 수 있다. Löffler(2010)는 공동생산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공동생산을 개념으로만 이해하기보다 실천에 필요한 원칙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발달장애인 지원과정에서 공동생산 접근은 평등, 다양성, 접근성, 상호의존성에 기초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생산방식은 명료하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기존 실천 방식과 공동생산방식의 차이를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공동생산 방식은 우리가 익숙한 발달장애인 지원과정에서의 관계, 진행방식, 협력 수준 등을 다시 바라보고, 성찰하고,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성과 그 너머,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발달장애인 지원에서 공동생산의 적용은 단순히 그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촉구한다. 그것은 성과 중심에서 과정 지향으로, 전문가의 권위로부터 그 경계를 허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단순한 참여를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생산의 기여자로 인정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의 소중함을 재인식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관점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 여러 주체들과의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장애인복지실천 현장은 더욱 기관 내가 아닌 지역사회로, 그리고 시민에게 다가가서 그들과 함께 하는 일 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리더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은 장애인기관의 이용자로부터 서비스 생산자 및 지역사회 시민, 그리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공동생산 방식은 현장에서 적용이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 지원에서 공동생산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어렵고,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군다나 공동생산을 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생산자로서의 진정한 파트너십이 발달장애인에게도 가능할까? 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실천적으로 전개하는 방식과 그 과정은 선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 어려움 속에서 공동생산 접근은 발달장애인 지원에서 진정한 파트너십의 가능성을 확장하면서도 보다 실용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공동생산 방식이 적용되어 발달장애인의 참여가 서비스 지원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김미옥, 박광옥. (2020). 발달장애인 이용자 중심성에 기초한 공동생산 (co-production) 적용의 전망과 함의.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2(2), 25-53.
최지민, 이민홍, 김상원, 김화환, 김순은. (2015). 지속가능한 고령자 복지 패러다임의 가능성: 고령자의 돌봄서비스 공동생산 (co-production) 동기에 관한 연구. 정책분석평가학회보, 25(1), 245-278.
Alford, J. (2009). Engaging Public Sector Clients: From Service-Delivery to Co-production. Basingstoke [England]: Palgrave Macmillan.
Bovaird, T. and Downe, J. (2009). Inovation in Public Engagement and Co-production of Services. Metaevaluation of the local government modernisation agenda—White policy paper.
Brandsen, T., Verschuere, B. and Steen, T. (2018). Co-Production and Co-Creation. New York: Routledge.
Evers, A. (2003). Current Stands in Debating User Involvement in Social Services, Strasbourg: Council of Europe.
Löffler, E. (2010). “A future research agenda for co-production: overview paper”, in Local Authorities and Research Councils’ Initiative, 2010, Co-production: A series of commissioned reports. Swindon: Research Councils UK.
Olsen, A. and Carter, C. (2016). Responding to the needs of people with learning disabilities who have been raped: co-production in action. Tizard Learning Disability Review, 21(1), 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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