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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우울증을 지배하는 건 의지일까, 화학물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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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지영
댓글 0건 조회 13,274회 작성일 21-09-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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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세대 항우울제는 불안을 없애주고 ‘기분전환’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 약물의 일종인 프로작, 졸로프트 등은 1990년대 미국에서 남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약을 개발한 대형 제약회사의 마케팅도 한몫 했다. 2003년 <미국정신의학저널>에 실린 졸로프트 광고. 출처: 크리스토퍼 레인, <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출판) 

제2세대 항우울제는 불안을 없애주고 ‘기분전환’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 약물의 일종인 프로작, 졸로프트 등은 1990년대 

미국에서 남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약을 개발한 대형 

제약회사의 마케팅도 한몫 했다. 

2003년 <미국정신의학저널>에 실린 졸로프트 광고. 출처: 크리스토퍼 레인, 

<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출판)


[토요판/몸] 몸 속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우울증’↓ 발견
세로토닌 높여주는 ‘프로작’으로 감정 관리, 그게 진짜 나인가
▶ 우리 몸의 화학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으로 우울증을 정복할 수 있을까요? 신경전달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외부에서 감정을 지배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약물에 의존하지 말라고, 우울증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이번주부터 정민석 아주대 교수가 
해부학 실험실의 흥미진진한 사건을 격주로 전합니다.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죽은 몸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가장 효과 크다는 전기치료
“비인도적” 이유로 횟수 줄고
세로토닌의 분비 늘려주는
제2세대 항우울제의 시대
그러나 어디까지 우울증이고
어디까지 약물처방 해야 할지

프로작을 먹고 기분 좋아진 나
이 ‘새로운 나’가 혼란스럽다
약으로 감정 관리된 내가 진짜인가
아니면 그 이전의 내가 진짜인가


발터 베냐민은 자신의 우울한(saturnine) 기질이 토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도는 행성처럼, 남보다 느려 자꾸 해찰을 하고 예민하고 외롭다. 내성적 성향을 의지 박약 탓으로 돌리고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끌어낸다. 정혜윤 <기독교방송>(CBS) 피디는 책 에세이 <침대와 책>에서 우울한 

감정 때문에 사람을 할퀴고 싶지 않을 때에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거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토성편을 읽는다고 썼다.


인간에게는 우울 인자가 있다. 가족과 친구가 숨졌을 때, 사랑을 떠나보냈을 때, 날씨가 흐릴 때,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리는 우울하다. 우울의 감정은 때론 아름답고 예술적 창조의 원천이 된다. 우울감이 

통제되지 않을 땐, 감정은 병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할퀸다.

두 그룹에 항우울제와 위약 처방했더니

우울증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우울증은 기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제2세대 항우울제의 발명은 

이런 우울증에 대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런 물음이 던져졌다. 

우울증을 지배하는 건 인간의 의지인가, 몸속의 신경전달물질인가?

다국적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늘어나자 우울증세가 

눈에 띄게 경감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여주는 플루옥세틴 원료를 이용해 

기적의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을 출시했다. 1987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프로작은 

우울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과거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은 ‘광인’으로 여겨져 사회에서 

고립됐다. 하지만 프로작의 치료 과정으로만 보면, 우울증은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에 따라 생긴 

‘질환’일 뿐이다. 신경전달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우리는 감정을 지배·통제할 수 있는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딘 셈이었다.

사실 제1세대 항우울제도 신경전달물질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부작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약물로서 

기능이 크지 않았다. 의료윤리를 연구하는 최보문 가톨릭대 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정신과 전문의)가 

말했다. “레지던트 할 때 환자에게 약을 주면서 먹어봤어요. 모든 정신과 약물이 부작용이 있습니다만, 

예전의 항우울제는 눈이 마르거나 살이 찌는 등 부작용이 컸습니다. 2세대 항우울제는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지요.”

‘프로작의 시대’가 도래했다. 1992년 화이자의 졸로프트, 1993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팍실 등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약물이 차례로 출시되면서 항우울제는 지금까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로작은 탈모증 치료제인 프로페시아,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함께 

‘해피 메이커’로 불린다.

“심지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까지 있지요. 정신과적인 우울증이 아니라 고민으로 인한 불안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요.”

우울증은 화학작용의 지배를 받는다. 올해 갱신된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분류목록(DSM-Ⅴ)에는 

‘월경전불쾌증후군’이 독립진단명으로 분류됐다. 매달 월경 직전 불쾌감을 겪는 김별아(가명·37)씨는 

이렇게 말한다.

“짜증을 내고 싶지 않고, 내가 왜 짜증을 내는지도 아는데, 자꾸만 짜증이 납니다. 내 몸 안의 신경전달물질이 

나를 자꾸 짜증나게 만드는 거잖아요. 내가 내 몸을, 세로토닌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해요.”

의지는 우울을 극복하지 못한다. 의지는 세로토닌을 작동할 수 없다. 항우울제가 세로토닌의 주인이다. 

항우울제를 먹으면 이주일 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월경전불쾌증후군의 경우 호르몬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건강의학)가 항우울제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울증을 앓는 A그룹에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B그룹에게는 위약(가짜 약)을 처방했습니다. 의사가 정기적으로 진찰하면서 8주 동안 

지켜봤는데, 해밀턴우울척도상으로 A그룹에서는 60%가, B그룹에서는 35%가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았어요.”

위약으로도 35%가 치료된 것은 꽤 높은 수준이다. 하 교수는 “(위약을 처방했지만)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난 

것만으로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항우울제를 남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항우울제의 사용 범위를 두고서는 찬반이 교차한다. 과연 무엇이 우울증이고 무엇이 우울증이 아닌가? 삶의 고민거리도 

우울증인가? 그럼 이에 대해서도 약물을 처방해야 하는가? 최보문 교수는 항우울제 남용을 우려하는 쪽이다.

“세로토닌이 떨어져서 우울증이 생긴 건지, 우울증 때문에 세로토닌이 떨어진 건지.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논쟁과 

비슷해요. 모든 우울증 환자에서 세로토닌 변화가 관찰되는 건 아닙니다. 아직 통계적으로 확립된 게 그리 많지 않아요.”

앤드루 솔로몬이 2001년 우울증 환자와 전문가를 인터뷰해 쓴 <한낮의 우울>을 보면, 우울증은 우리 몸(나무)을 덮고 

있는 덩굴로, 항우울제는 덩굴을 치는 제초체로 묘사된다.

“약물은 덩굴식물을 난도질한다. (우울증에 걸린) 우리는 약물이 그 기생식물을 조금씩 말라죽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가지들이 자연적인 형태를 제법 회복하는 게 느껴진다…그러나 덩굴식물이 없어져도 

나무에겐 얼마 안 되는 잎들과 얕은 뿌리만 남겨질 뿐 재건을 가져다주는 약물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b>제2세대 항우울제란?</b> 이미프라민 등 ‘삼환계 항우울제’(TCA)보다 안전하고 빠른 효과를 갖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일컫는다. 세로토닌의 재흡수 과정을 억제해 세로토닌의 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 속쓰림 치료제인 잔탁을 제외하고 1990년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꼽힌 프로작을 비롯해 졸로프트, 팍실 등이 있다.
제2세대 항우울제란? 이미프라민 등 ‘삼환계 항우울제’(TCA)보다 안전하고 빠른 효과를 갖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일컫는다. 세로토닌의 재흡수 과정을 억제해 세로토닌의 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 속쓰림 치료제인 잔탁을 제외하고 1990년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꼽힌 프로작을 비롯해 졸로프트, 팍실 등이 있다.

프로작 소개 뒤 우울증 진단 200% 는 미국

우울증 환자들 거의 대부분에게 약물이 처방된다. 일부에게는 심리치료가 병행된다.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전기치료(ETC)는 최근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시행 횟수가 줄었다. 몇 초간의 경련 뒤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에 

충격을 주는 특수요법인데, 효과는 가장 크다고 알려졌다. 신경정신학계는 약물을 통해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현 교수가 말했다.

“치료 초기에는 항우울제의 힘이 80이라면, 개인의 의지 등 심리적 힘이 20입니다. 항우울제가 마음의 힘이 

세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환자에게 설명합니다. 심리적 힘이 세진 뒤에는 항우울제가 없어도 된다고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2011년 우울증 진료환자 수는 53만5385명이다. 국민 100명당 1명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해 국민들은 우울증 진료비로 2312억원(건강보험 비급여 제외)을 썼다. 

5년 전인 2007년(1832억원)에 비해 26%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아직 신경정신과 가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 사람이 많고 항우울제에 중독성이 있다는 등의 

잘못된 상식도 떠돌지만, 미국 등에서는 오히려 항우울제 남용이 사회문제다. 미국에서는 항우울제 

프로작이 소개된 뒤 2005년까지 우울증 진단이 200% 늘어났다.

국내 항우울제 시장 규모도 점점 커져 현재 1500억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제일약품과 룬드벡이 

공동판매하는 점유율 1위 ‘렉사프로’를 비롯해, 명인제약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팍실’ 등 프로작이 

열어놓은 2세대 항우울제가 이끌고 있다. 미국 뉴욕의 시장조사기관 지비아이(GBI) 리서치는 지난해 11월 

세계 항우울제 시장 규모가 2018년 134억달러(124조5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약업계

에서 항우울제 부문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산업과도 같다.

강신익 인제대 교수(의료사회학)는 “신약과 의술의 발전으로 의료행위를 생물학적 패러다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심해졌다. 일부 의사들은 우울증을 생물학적인 현상으로만 보려고 한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우울증의 유일한 메커니즘도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이것이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취학 전 유아 2회, 초등학생 1회, 중학생 1회, 

고등학생 1회 등 국가가 나서 연령대별로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나치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한 논쟁이 일었다. 반대하는 편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때 피해가 크고 

△사회적 문제를 개인 질병의 문제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계의 논란과 예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사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했다. 최보문 교수가 말했다. “국가가 국민의 정신건강을 

스크리닝(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울증은 경계가 모호한 병입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원인, 예방, 

투약, 결과까지 탄탄한 자료가 축적이 돼 있지만, 우울증은 그렇지 않아요. 우울증이 과잉 진단되고 항우울제가 

과잉 처방되고 종국에는 의료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 시대를 은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개인의 행복을 우울증이라는 척도로 측량하고, 척도에 따라 약물을 

먹고 ‘행복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낙관 혹은 디스토피아적 비관. 우리는 항우울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자아’를 접하며 주체성의 문제에 봉착한다. 약물을 먹고 감정이 관리된 내가 진짜인가, 그 이전의 내가 진짜인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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