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진주 방화 살인 사건, 막을 수 없었는가' 긴급 좌담회..."정신장애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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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4.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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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 살인 사건’ 등을 계기로 정신장애인 단체와 정신보건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위기대응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진주 방화 살인 사건에 이어 창원, 칠곡 등에서도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회 안전 위협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이동섭·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이정현 의원(무소속)과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등의 주최로 열린 ‘긴급 좌담회: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제12조, 44조, 50조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짚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정신건강법 12조는 국가와 지자체의 응급 대응 체계, 44조는 행정입원, 50조는 응급입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 교수는 “진주사건 피해의 1차적 책임은 범인에게 있지만, 예방책임은 1차적으로 응급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이고, 가장 큰 책임은 응급입원 조치 책임을 다하지 못해 피해를 막지 못한 경찰”이라고 진주사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제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광역지자체는 응급 대응 체계를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에 연계할 책임이 있는데 이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제 교수는 자·타해 위험을 현장에서 판단할만한 매뉴얼의 부재, 응급정신건강서비스 전달 체계의 부재를 꼽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건강복지법에 이를 자세히 명시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더불어 제 교수는 서비스 질을 관리하기 위해 자세한 매뉴얼을 마련하여 전문적인 위기개입훈련을 상시적으로 받아야한다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만약 위기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형사 처벌과 별도로 국가와 지자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위기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만이 근원적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한 제 교수는 “보다 근원적 개혁을 위해 전국 정신병원의 정신질환자를 전수조사하여 치료 환경, 환자의 자기결정권, 인권 존중 실태, 신체 자유 박탈의 적법성 등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여야를 초월한 다학제적 전문가와 당사자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 직속의 TF팀 구성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번 사건은 예고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질환과 범죄는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호소하면서 “정신질환자에게 자살시도나 타해 등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는 반드시 외면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라면서 "이 때 위기대응이 작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제대로 된 위기대응체제조차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준희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회장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진주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한 명의 인력이 185명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센터 인력은 사례관리만 하는 게 아니니 애당초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다”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이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해왔으나 국가와 지자체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고 현재 사건은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장창현 원진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터무니없이 낮은 정신보건 예산을 지적했다. 장창현 전문의는 “2018년 5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펴낸 정신건강동향에 따르면 3년간(2014~16년)의 인구 1인당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 통계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경남(1958원)은 전국 최하위로 서울(4221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면서 “이것만 봐도 이미 정신건강 구멍이 나있었다는 증거”라면서 “현재 정신건강복지예산이 전체 보건 예산의 1.5%에 불과한데 OECD 선진국 예산 수준으로 가려면 5%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영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사무총장은 “정신질환 범죄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정신질환 여부다. 마치 질환이 있으면 범죄를 일으키는 것처럼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창현 전문의도 “정신질환 범죄가 나왔다고 해서 탈원화 정책을 역행하는 것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탈원화 상황 속에서 혼란이 벌어질 수 있지만 사회에서 포용하고 통합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평생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은 4명 중 1명이고,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4명 가운데 1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의 범죄율은 1.2%,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범죄율은 0.08%였다.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타해 위험성은 환자가 자신을 자해할 위험성의 1000분의 1이다. 질환이 없는 경우에 견줘 정신장애인이 일찍 사망할 확률은 3배, 자살할 확률은 8배이다"라며 "현재 우리나라 인구 기대수명은 82.4살이지만 정신장애인은 59.3살이다. 1970년 우리나라 평균 수명 63.2살인데 이러한 수준보다 낮다. 치료를 받으면 범죄 위험성이 94%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한국심리사협회 조성민 회장은 “피의자에 대해서 ‘치료가 중단됐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그건 잘못된 내용이다. 병원 입원 안 하고, 약 안 먹는다고 치료가 중단된 것이 아니다"며 "병원 치료에서 지역사회로 원활히 연계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이분들도 지역사회에 돌아와서 함께 살고 싶어 한다”고 지역사회 안에서의 지원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긴급좌담회를 후원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대표 장진순)의 정중규 수석부회장은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운동은 장애인의 사회통합 차원에서 펼쳐지는 장애인자립생활(IL)운동에서의 탈시설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며 "장애계에서 정신장애인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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