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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철웅 “곧은 나무도 아름답지만 굽어 있는 나무도 아름답죠. 나답게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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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55회 작성일 19-05-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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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웅 “곧은 나무도 아름답지만 굽어 있는 나무도 아름답죠. 나답게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거죠”
•  박종언 기자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개정될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 이념은 자기결정권 돼야  응급입원 시 개입도 최소화하고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현행 정신과적 응급상황 현장대응 매뉴얼이 굉장히 추상적  전문인력에 위기개입 교육 필수적으로 시켜야  강제입원 비율 떨어졌지만 진정성에 의심 들어  국공립정신병원만으로도 응급·행정입원 대처 가능  절차보조사업의 핵심은 자기결정권의 지원  사법입원은 한국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제도 후견인의 대체의사결정을 지원의사결정제도로 바꿔야  모두가 가치 있는 존재들…연대와 자조에 관심 가져야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그는 ‘삶의 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때로 인간은 답하지 않음으로써 답보다 더 큰 해답을 얻기도 한다. 그가 그랬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학벌’에도 그는 그걸 내세우지 않았다.
격랑의 80년대를 온몸으로 거쳐 오면서 그가 ‘공공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대신 민주주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삶의 주체가 될 때 공고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살아간다는 건 많은 치욕과 슬픔과 아픔의 길을 건너가야 하는 긴 여정이다. 기자는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념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는다는 거. 그것이 치욕이고 모욕이어도 우리는 그 치욕과 모욕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만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를 만났고 그를 통해 기자는 침묵하는 법에 대해, 생의 어떤 부분에서는 말할 수 없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제철웅(59)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난 건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이었다. 그의 대학 연구실에 들어서자 그가 차가운 물을 대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마인드포스트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무슨 철학입니까.
“어느 누구도 세상을 바꿀 수 없죠.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하면 자칫 독선이 되기 쉽죠. 자기 자신이 바뀌면 되니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위대한 사람이 아니고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바꾸거든요. 민주주의라는 건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를 바꾸는 주체라고 거예요. 그러려면 민주주의의 정신에 맞게 세상을 바꾸려면 내가 바뀌어야죠. 내가 바뀌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되는 것이고.”
-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굉장히 어려운데 또 굉장히 쉬워요. 내 마음을 바꾸면 되니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면 굉장히 어려운데 내 마음을 바꾸는 건 다른 사람 마음을 바꾸는 것보다 쉬워요.”
-불교에서 말하듯이 마음 한 번 바꾸면 극락이 여기다, 이런 철학입니까.
“(웃음) 그런 건 아니고. 불교 신자는 아닌데.”
-정신장애인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2013년에 발달장애인 관련 연구를 하면서 국립정신병원하고 정신요양시설들을 방문을 했어요.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상대적으로 당시 잘한다고 하는 곳을 갔어요. 정신요양시설도 비교적 잘한다라고 하는 곳을 갔는데 내 눈에는 이런 인권침해가 없다는 느낌이 왔어요. 여긴 사람이 살 데가 아닌데 왜 사람들을 여기 가둬둬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죠. 그리고 난 다음에 굉장히 부채의식이 많았어요. 거기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것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요. 발달장애인과 치매 어르신들 권익옹호 연구를 하다가 2016년부터 정신장애 쪽을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죠.”
-당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을 둘러보면서 어떤 부분이 그렇게 인권침해로 보였습니까.
“(정신병원이) 폐쇄병동이어서 일반병원하고 많이 다르잖아요. 한 방에 당시 6명 정도가 있었고요. 그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 이외에는 밖으로 나올 수 없고. 내 눈에는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던데 약물에 취해서 제대로 자기 감정을 표현을 못하는 사람들을 본 거죠.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나중에 부채 의식으로 발전하신 거네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개정될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 이념은 무엇이 돼야 합니까.
“핵심 이념은 자기결정권이죠.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치료에 대해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도록 옆에서 도와줘야죠. 어떤 치료를 받을지, 치료를 받을지 말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옆에서 도와줘야 되는 거죠. 그게 핵심 이념이죠. 그런데 정신질환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위험해질 수 있잖아요. 자해나 타해 위험성이 있을 때는 불가피하게 개입을 해서 강제를 해야 되겠지만 그것도 최소한으로 해야 해요.
응급입원을 시키더라도 그 안에서도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죠. 질병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해야만 자기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거죠. 남이 나를 관리하는 건 인간으로서는 있어선 안 되는 거죠.”
-나만이 나를 바꿀 수 있다.
“그렇죠. 남이 나를 어떻게 관리해요. 나만이 나를 관리할 수 있는 거죠. 그 힘을 키워주는 게 제일 중요하죠.”
-‘안인득 사건’에서 경찰이 대응하지 못한 근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인득 사건은 지난 4월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2세의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말함-편집자 주)
“안이한 거죠. 거기서 안인득을 만나 봤더라면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는 걸 분명히 알아차렸겠죠. 못 알아차렸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그리고 그 사람이 윗집에 오물을 뿌리고 고함을 지르고 했잖아요. 그게 위험한 거죠. 다른 게 위험한 건가.
그 행동을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번 했다는 거잖아요. 그럼 행동이 외부적으로 표출이 되면 당연히 응급입원을 해야죠. 왜냐하면 이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고 또 외부적으로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한 거잖아요. 그럼 일단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게 해야죠.”
-결국 매뉴얼의 부재가 그 원인입니까.
“지금도 매뉴얼이 있어요. 복지부에서 만든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현장대응이라는 매뉴얼이 있어요. 그걸 봤는데 그걸 가지고는 일을 못하겠더라고요. 굉장히 추상적이에요. 매뉴얼은 구체적인 예들을 많이 넣어야 하는 거거든요. 세부적인 예를 많이 들어야 되고 그 다음에 그걸 확인하는 절차 같은 것도 구체적으로 해놔야 돼요. 두 번째는 그 매뉴얼을 갖고 교육을 해야죠. 한 번도 교육을 안 했다는 거잖아요. 그럼 왜 만들어 놨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한 거죠. 모두 안이한 거죠.”
-응급정신건강서비스 제공에서 24시간 대응하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위기대응서비스를 해야 되고 응급콜 센터를 두고 계속 전화 받고 상담을 해야죠. 지금은 야간만 받고 있거든요.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항상 누군가가 거기서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하는 게 필요하고요. 그 다음에 필요하면 현장에 나가야 되는 거. 또 그런 일들이 항상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늘 준비를 해 두고 있어야 되고요.
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재활시설도 있고 병원도 있고 복지센터도 있고. 이런 데 있는 사람들에게 위기개입에 대한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돼요. 뭐가 위기라는 걸 알아야 되잖아요. 어떤 게 정신과적 위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교육도 해야죠.
예를 들면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환청 때문에 윗집에서 층간소음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와서 뭐라 그러면 사람들이 덩달아서 같이 욕을 한단 말이에요. 국민들이 그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예요. 굉장히 흥분한 사람한테 같이 흥분하면 싸움밖에 안 일어나잖아요. 그걸 피하라는 게 아니라 가라앉힐 수 있는 훈련을 해야죠. 지금 그런 걸 교육하고 있지 않잖아요. 그런 일들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맡아줘야죠. 그게 응급대응 서비스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전문가들 훈련시키고 하는 게 필요하죠.”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마인드포스트
-강제입원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 강제입원율은 37%까지 떨어졌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혹시 착시 현상을 가지는 건 아닐까요.
“퇴원을 많이 안 하고 있으니까 그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거죠. 퇴원을 많이 안 하는 건 자의입원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과연 그게 자의입원인가가 의심스러운 거죠. 미국의 예를 들면 자의입원을 하겠다고 서명을 했다고 해도 반드시 자의라고 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있어요.
비자의입원은 이전에는 68% 정도였어요. 이게 30% 초반으로 내려갔으면 반 정도가 자의입원으로 넘어갔다는 얘기죠. 이 사람들이 과연 자의였을까. 진짜 자의였을까에 대한 부분들은 강한 의문점을 던질 수 있는 거죠. 제가 볼 때는 그 중의 반 이상은 자의입원을 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것이 아닐까라고 봅니다. 그것도 심리적인 강제상태에서 자의입원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
-미국 판례를 보면 그게 불법이 될 수 있겠네요.
“그렇죠. 불법이죠. 그건 우리나라에서도 불법이에요. 지금 어느 누구도 병원에 들어갈 수 없고 당사자를 못 만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불법일 수 있겠다라는 의심이 드는 거죠. 의심이 들지만 증거는 없는 상황이죠.”
-응급입원 외에 행정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결국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돌아갈 곳은 가족이잖아요.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 가족이고 가족관계가 회복되는 게 본인들이 회복되는 데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정신질환이 있거나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부모가 강제입원을 시켰다고 생각하면 분노가 계속 쌓일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럼 가족 관계가 회복이 안 되겠죠.
개방적인 병원처럼 입퇴원하는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안에서 약물치료 외에 하는 게 없잖아요. 그럼 분노가 쌓이는 거죠. 입원이 되더라고 가족들이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위로하고 하는 게 훨씬 낫겠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없애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응급입원하려고 해도 정신병원에서 안 받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병상이 8만 개 가까이 되거든요. 미국은 4만 개예요. 우리보다 인구가 여섯 배 많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 인구로 하면 7천 개 정도의 병상만 있으면 충분해요. 국공립정신병원의 병상 수가 7천 개 정도 돼요. 사립 민간병원에 입원을 전혀 안 시키더라도 국공립병원에서 응급입원, 행정입원을 해도 충분히 가능해요.
그런데 7천 개 병상이 있는 국공립병원에 왜 입원을 못하느냐면 거기에 치매 어르신들이 가 있어요. 그리고 위험하지 않는 분들도 갈 데가 없어서 국공립병원에 있고요. 감옥이죠. 그건 위험한 거죠. 인권침해의 우려가 굉장히 큰 거죠.”
-응급입원과 절차보조 서비스가 함께 들어가야 인권을 존중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응급입원을 48시간이나 길면 72시간 하거든요. 그런데 그 기간 안에 위험상태가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불가피하게 행정입원으로 넘어가야 되잖아요. 그러면 이때도 강제를 하는 거잖아요. 사람이 강제를 당할 때 충격이 굉장히 커요. 정신과 의사들은 강제를 당한 것이 한 번도 없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강제를 당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경험을 당해본 분들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그 경험은 본인에게 충격이에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죠. 정신과 의사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때도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본인의 욕구가 뭔지도 듣고 그렇게 이야기를 자꾸 하다보면 본인이 자기 욕구를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면 적절하게 본인이 자의입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문제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거든요. 그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되는 거예요. 그게 절차보조죠.”
-절차보조사업의 핵심적 이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기결정권을 지원하는 거. 사람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상태에서는 스스로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이 고갈돼 있어요. 샘이 거의 말라 있는데 계속 경청을 하고 옹호를 해 주면 이 샘에 물이 차는 거예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죠.
개인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는 건 달리 말하면 왕따를 당하거나 직장이나 학교생활,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하는 경우인데 이때는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예요. 그렇게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죽고 싶은 마음이 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분노도 생기니까 남을 해치는 걸로 나타나는 거거든요. 그때 옆에서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래,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공감해 주면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이 되는 거죠.
정신적 스트레스에 있는 사람은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이 쪼그라들었다는 거죠. 이 힘을 키워주는 게 필요해요. 이게 약으로 키워지겠어요. 약도 필요하지만 롤모델이 되는 사람이 옆에서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옹호하고 같이 상의하면 회복이 될 수 있는 거죠. 이게 절차보조의 핵심이죠. 자기결정권을 지원해 주는 거.”
-우리나라는 입원한 당사자를 면담하려고 해도 그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지 않습니까.
“선진국의 경우 비자의입원을 했다 하더라도 부모, 가족들의 경우 들어가요. 응급입원상태에서도 들어갈 수 있어요.”
-연구자하고 절차보조인은 못 들어가지 않습니까.
“연구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허락을 받고 들어가는데 정신과 의사가 허락을 안 하죠. 절차보조의 경우 선진국은 권익옹호를 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해요. 이런 사람들은 응급입원 단계부터 병실에 들어가요. 병실에 들어가서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거죠. 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게 됐는지, 왜 자·타해의 위험성을 보이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주고.”
-우리나라는 가능하지 않죠.
“지금 현재는 안 되죠. 그게 가능하도록 해야죠.”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정신건강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심리상담사, 인권 전문가가 대통령 직속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가정신건강위원회의 형식입니까.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 시시비비가 많잖아요. 한쪽에서는 사법입원을 해야 된다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커뮤니티케어를 해야 된다라고 서로 상반된 견해들이 있잖아요. 이 경우에는 그 의견을 종합해서 새로 안을 만들어야죠. 양쪽 다 정신건강 복지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사법입원의 경우 (입원 결정을) 법원에서 하니까 인권침해가 덜할 거다. 인권침해가 덜한 상태에서 입원을 쉽게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으로 나와야 되고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거잖아요. 이럴 때는 이해관계자들을 다 모아놓고 어떤 정책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협의를 하는 거죠. 가장 절차적으로 공정하고 바람직한 거죠.
근데 그걸 할 수 있는 데가 어디겠느냐. 내각제를 하는 나라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는 의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하죠. 우리는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으로 할 수 있는 거고.”
-사법입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법입원이냐 아니냐라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 강제입원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거죠. 최후의 수단이 된다는 건 정말 위험할 때만 강제입원하고 기간도 짧게 해야죠. 길어도 2~3주 이상 입원을 안 시킨다는 거죠. 이게 전제가 돼야 해요. 그리고 난 다음에 2~3주 입원 후 위험성이 가라앉으면 지역사회로 나와 치료를 해야죠.
그런데 그 2~3주 강제를 할 동안에 누가 인권보호를 해 줄 수 있느냐가 문제거든요. 그게 법원이 될 수 있고 또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일 수도 있겠죠. 우리 사법 시스템이 바뀌어서 판사들이 인권 침해의 소지를 줄여주겠다고 하면 최선이죠. 그런데 여기에는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요. 판사들이 그런 일을 하려면 판사수가 엄청 많아야 되겠죠. 또 판사 혼자 일하는 게 아니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스텝으로 붙어야 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가 부유하다면 그렇게 하면 돼죠.”
-우리나라가 잘 살지 않습니까.
“커뮤니티 케어할 돈도 없는데(웃음). 그런 돈의 경우에는 판사들한테 많이 들어가는 거죠. 또 전문가들이 하게 되면 판사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럼 누가 더 전문성이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입원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이 판사들에게 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판사들은 2~3년마다 순환보직을 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어요.
판사들은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인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극복해 온 분들이에요. 심리적으로 굉장히 강한 분들이죠. 공부하는 게 힘든데도 불구하고 시험이 됐다는 건 스트레스를 이겨낼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잘 못 이기는 사람을 이해를 못하지 않겠어요. 오히려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 회복이 된 사람들, 당사자라든지 권익옹호를 하는 사람이나 의사, 사회복지사들이 더 전문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사법입원에 대한 호오(好惡)를 말씀하신 건 아니죠.
“네. 우리나라에서는 실현되기 굉장히 어려운 제도다(라고 생각해요).”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마인드포스트
-병원기반 사례관리는 왜 문제가 됩니까.
“그건 커뮤니티 케어의 기본 정신하고 안 맞죠. 정신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그 사람이 그 상태에 빠지게 된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제일 좋아요. 실직을 하거나 학업에 실패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트라우마적인 폭행이나 성폭행 이런 인생에서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정신질환으로 나가는 거죠. 이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죠. 이 사람을 더 안전하게 지켜주는 거. 그걸 누가 하겠습니까.
병원 기반으로 사례관리를 해서 의사가 이런 환자들을 그렇게 다독거리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의사 한 명이 환자를 보는 시간이 1~2시간 이렇게 돼야 하는 거죠. 사회복지사나 동료지원가의 경우 가서 서너시간 앉아서 같이 얘기하잖아요. 지금 절차보조 하는 사람들이 그렇죠. 환자를 5분, 10분 보는 거 하고 많이 다르죠.
병원기반 사례관리를 하려면 의사 수가 굉장히 많아야 되고 의사들에 대한 수가가 높아야죠. 그렇지 않으면 의사는 약 처방 이외에 당사자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듣고 위로해주고 격려하고 하는 걸 할 수 없는 거죠. 결국 병원기반 사례관리는 약물 처방이죠. 근데 약을 먹어가지고 쪼그라들었던 나의 자기결정권의 역량을 키워주면 좋겠는데 약물 먹는다고 그게 키워지지 않잖아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대신 광역 응급대응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그건 기능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기능을 응급대응센터 기능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거죠. 지금은 광역이 한 군데밖에 없잖아요. 근데 권역별로 여러 군데(를 만들어야죠).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동부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서부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이런 식으로 권역별로 나눠서 거기서 하는 일을 주로 응급과 관련된 일들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럼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은 어떻게 합니까.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위기관리와 관련된 거고요. 위기관리와 관련된 게 굉장히 많아요. 응급 콜도 하고 현장에 나가고 위기 관련 교육을 하고 전문가 훈련하고 하는 게 다 포함돼 있죠. 그럼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있는 사람들은 보다 더 일선에 서서 지역에 있는 사람들하고 접촉을 하겠죠. 그래서 차이가 있다고 봐야죠.”
-교수님께서는 궁극적으로 정신병원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십니까. 아니면 국공립병원은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병원은 필요하죠. 다만 일반병원하고 분리돼 있는 정신병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반병원에 정신과가 있잖아요. 지역에는 정신과 의원이 있죠. 이게 지역기반 치료잖아요. 그래서 외래를 가서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죠.
병원의 경우에는 입원이잖아요. 입원을 할 때는 일반병원의 정신과로 충분한 것이지 따로 정신병원을 만들어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비자의입원과 관련해서는 전부 국공립병원에서 전담하는 게 바람직하죠. 민간의 경우에는 개방을 해서 일반병원 안에 정신과를 두고 필요하면 자의입원을 하면 되는 거죠. 비자의입원, 강제입원은 우리 국공립병원으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고 생각해요.”
-발달장애인 후견지원사업중앙지원단 단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가장 약한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존중을 받는 게 민주주의 사회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발달장애인에요.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경청하고 잘 표현을 못하더라도 그들이 희망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옹호해주는 게 민주주의죠.
제가 치매 쪽에 공부를 하다가 발달장애인 법을 만들 때 보건복지부 연구사업을 했거든요. 연구사업을 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을 만나본 거죠. 그때 발달장애인들이 다니는 센터도 많이 가보고 발달장애인이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들도 많이 방문했죠. 그때도 많이 충격을 받았죠.”
-발달장애인 성년후견제와 정신장애인 성년후견제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이게 비슷한 게 아닙니까.
“비슷하죠. 현재 공공후견사업을 할 때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특정후견 중심으로 하거든요. 정신장애 쪽에서는 한정후견 쪽으로 하고 있잖아요. 한정후견은 대체의사결정제도이기 때문에 발달장애에 비하면 약간 낙후돼 있는 거죠.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하면서 불가피하게 한정후견으로 하긴 했죠. 그런데 지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후견제도를 크게 보면 법률후견과 복지후견으로 나눠집니다. 복지후견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후견이라는 말보다는 지원을 하는 거죠. 본인의 욕구와 희망을 잘 파악해서 본인 의사로 판단하도록 지원을 해 주는 거죠. 법률후견은 가정법원에서 후견인으로 선임된 사람이 대신해서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거니까 차이가 있죠. 그건 지금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되는 측면이 굉장히 많아요. 그걸 개선해야 돼요.
그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후견제도 자체가 가정법원이 선임한 후견의 경우에는 대체의사결정이죠. 그래서 지원의사결정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봐야죠.”
-현재의 성년후견제는 발달장애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성년후견제는 어떻게 구성돼야 합니까.
“정신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급성기가 아닐 때 미리 사전의료지시서나 사전요양지시서를 작성해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 보관해 두고 급성기 때 그걸 기초로 본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가장 핵심이 돼야 한다 생각해요.
그런데 정신질환 상태가 오래되고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사람들, 오랜 시간 약물을 복용해서 지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사람들은 발달장애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의사소통이 잘 안 되죠. 이런 분들의 경우에는 사전요양지시서로 할 수 없는 거니까 다른 방법으로 지원을 해야겠죠. 지금 현재 단계에서는 특정후견을 개시해서 지원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후견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지금 우리는 대체의사결정제도를 하고 있는데 그게 전부 다 지원의사결정제도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부 다 그 쪽으로 이사를 가야죠. 어떻게 이사를 갈 것이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지원의사결정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의 수가 굉장히 적고 그리고 이사를 가는 데 뭔가 계획을 잘 세워야 하는데 그 계획을 공유할 수 있는 전문가드이 별로 없어요. 한꺼번에 이사 가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옮겨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의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자기결정권이 제일 중요하죠. 자기결정권이라고 하는 게 한 사람의 개성이죠. 저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 이름을 걸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회는 한 번밖에 안 주어졌다고요.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내 이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거든요. 자기의 개성을 잘 살리고 공동체에 기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죠. 한 번 주어진 그 기회를 그야말로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 힘이 자기결정권이죠.”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마인드포스트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회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까.
“그렇죠. 나답게 산다는 것. 나답다고 하는 거는 고정돼 있는 게 아니죠. 계속 변하는 거잖아요. 죽는 순간까지 사람은 바뀌거든요.”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고 하잖아요.
“바뀌죠. ‘자기’라고 하는 게 만들어져 가는 거죠.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자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2018년에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습니다. 돈이 얼마 정도 나왔습니까.
“(웃음) 정신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과 권익옹호와 관련해서 상을 주신 것 같아요. 과분하죠.(웃음).”
-인간이 자기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죠.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죠. 자기운명을 개척할 수 있으려면 자기결정권을 잘 행사를 해야죠. 가족, 친구, 선후배 등등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으면서 살아가지만 마지막 결정은 내가 하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잖아요. 실패를 하면 내가 어느 지점에서 실패를 했는가를 되돌아보고 거기서 또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죠.
나무로 치면 똑바르게 올라간 나무도 있지만 어떤 나무들은 굽어서 성장하잖아요. 그 자체가 아름다운 거죠. 곧은 나무도 아름답지만 굽어 있는 나무도 아름다운 거죠. 그래서 인생이라는 게 나답게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거죠. 그런 나무들이 다양하게 사회에 있잖아요. 사회 전체가 아름다워지는 거죠.”
-정신장애인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정신장애는 누구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겪는 거죠.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찾도록 주변 사람들과 연대하고 서로 도움을 주는 게 좋겠다 생각해요. 자조(自助)가 중요해요.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내가 소중한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 훌륭하고 가치 있는 존재들이죠.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주변 사람들이 무시하기 때문이거든요. 어느 누구도 그렇게 무시를 당할 존재가 아닌 거죠. 남들이 무시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돼요. 그게 동료지원이고 자조운동이죠.”
-정신장애인과 가족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모님들에게 그런 말씀을 많이 드리는데 그냥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에 대해 요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요. 자녀를 격려하는 거죠. 어떤 삶을 살든지 자녀를 격려하는 거. 많은 사람들이 자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자기가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해답을 가지고 노력할 힘이 고갈돼 있는 거거든요. 부모님의 압력은 사랑 때문에 생긴 거겠죠. 그 사랑하는 마음을 포기하는 게 필요해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간섭이 많거든요. 자식을 간섭하지 않는 것. 우리 애가 내가 바라는대로 컸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버리는 게 진짜 자녀를 사랑하는 거예요. 그냥 울퉁불퉁한 자녀의 모습을 사랑하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당사자들의 경우에는 지금 힘든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내가 소중하고 가치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해야 돼요.
(정신장애인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굉장히 귀한 역할을 하는 거예요. 자기의 가치를 이해해야 돼요. 정신장애인은 핍박받고 있잖아요. 그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굉장히 커요. 우리 사회가 비민주적이라는 걸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는 거죠(웃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정신장애인들에게 있는 거예요.”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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