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병가, '정신건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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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미국 교육계, 정부의 노력 <2>
일리노이 주 “5일의 정신 건강의 날” 도입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낮추는 정책 증가
교사 및 교직원들도 관심 부쩍 늘어
지난 기사에서는 팬데믹이 심화시킨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의 심각성과 학생들을 돕기 위한 미국 대학들의 대처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올해 발표된 미국의 정신 건강 관련 법안들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살펴본다.
먼저, 미국의 주 정부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 주지사 제이비 프릿츠컬은 올해 8월 학생들을 위한 ‘5일의 정신 건강의 날’ 관련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 의하면 일리노이 주 공립 학교에 등록된 학생들은 2022년 1월부터 '정신 건강의 날' 5일이 주어진다.
◆일리노이주의 정신 건강 데이 관련 법안
학생들이 ‘정신 건강의 날’을 활용해 결석하는 경우, 진단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학생들에게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게 수업을 듣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또 학교 측에서 카운슬링 전문가도 소개해준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낮추려는 노력이다.
일리노이 주 뿐만이 아니다. 애리조나, 콜로라도, 코네티컷, 메인, 네바다, 오레곤, 버지니아 등, 최근 2년 간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결석을 허락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의 주는 7개에 이른다.
조지아 주립 대학의 상담학과 Katie Koo (한국명 권경현) 교수도 학생들이 정신 건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이용하지 못하고 혼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곤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교통사고처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질병도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입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듯, 정신 이상 증상이 의심된다면 학생 스스로 조용히 혼자 고통 받으며 참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병원을 찾거나 가족에게 말을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더 심각한 정신 건강 질병을 예방하고, 문제를 더 크게 키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지아 주립 대학 (University of Georgia)의 상담학과 Katie Koo(한국명 권경현) 교수
팬데믹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애리조나, 워싱턴 등 미국의 9개 주는 학교 내에서 정신 건강과 관련된 예방 정책 설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공립 학교들은 자살 예방 핫라인 정보를 학교 내에 게시해야 하며, 학생 계획에도 정신 건강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학생 정신 건강을 위해 재정 투입을 늘린 주도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고등교육 정책 위원회에서는 주립 대학들이 위기 개입 훈련과 온라인 또래 지원 프로그램 등의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우리 돈으로 약 6천 만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교사 및 교직원 트레이닝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정신 건강 위원회가 운영하는 정신 건강 응급 처치 트레이닝은 학생들의 정신 질병 증상을 초기에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학생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 및 서비스에 연결 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2001년에 시작된 트레이닝은 2021년 9월까지 약 2,000명의 교사가 이수했으며, 대학 관련 이메일을 통해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트레이닝을 이수한 개인은 3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신건강 응급 처치 트레이닝 홈페이지
미국 정부도 교직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8월, 미국 보건복지부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위해 약 8천 5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발표했는데, 지원금의 일부는 교사 및 교직원들이 위험 단계에 있는 학생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기사에서 다룬 미국의 학생 정신 건강 정책이 지향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이 속한 집단에서 정신 건강 서비스를 찾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 둘째, 학생 스스로 정신 건강을 돌볼 줄 알아야 하고, 주변에서 학생의 이상 증상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생이 필요할 때 정신 건강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더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 및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길 바래본다.
미국 뉴욕 = Hanna Lee 글로벌 리포터 leehaeun29@gmail.com
■ 필자 소개
현 뉴욕 주립대학교 오스웨고 캠퍼스 국제교류처 교직원
미국 유학생들을 위한 비자 정보 블로그 sevissavvy.com에디터
뉴욕 주립대학교 버팔로 캠퍼스 Higher Education Administration 석사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