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재명의 '정신', 전문의들은 이렇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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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성향' 단정 어려워 vs '성격장애' 사례와 상당수 겹쳐
‘소시오패스 논란’에 이어 '로봇개 학대 논란'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격’ 또는 ‘정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과연 ‘성격(인격) 장애’일까. 아울러 직접 진단 없이 정치인의 ‘정신’에 대해 말하는 건 금기일까.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강윤형 씨가 ‘소신’을 밝히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다른 전문의들의 의견은 어떨까.
◇ 왜 대선 후보 ‘인격’ 논란인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행사장에서 이재명 후보가 4족 보행 로봇개를 뒤엎었다. 영상이 공개되면서 ‘학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로봇이지만 사람과 가까운 생명체의 모방인데, 비정상적 행동 아니냐는 비판이다. 논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이 ‘반대 사례’로 소환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한 행사에 똑같은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조심히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이재명 후보와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원희룡 전 지사의 부인 강윤형 전문의는 2일 조선일보 유튜브에서 “개 형상을 한 로봇이기 때문에 우리가 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되고, 이 후보의 그런 행동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정상적이라면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 후보 역시 감정이입 능력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는 당연한 기대가 갑자기 깨진 데에 대한 당혹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로봇개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성격장애를 유추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과도한 지적일까?
◇ “일면만 보고 ‘폭력 성향’ 단정 어려워”
성격장애를 전문으로 보는 정신건강의학과 A 전문의는 "단순한 일화로 그 사람의 성격을 평가하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다"며 "성격장애의 경우 세밀하고 복잡한 기준으로 평가해도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이 있는데, 일면을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A 전문의는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을 가지고 폭력 성향 등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정신과 전문의가 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B교수는 정반대의 의견을 피력했다. B 교수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진단기준 중에 동물에 대한 학대도 들어간다”며 “살아있지 않다고 해도 진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소시오패스는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목적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B교수는 “원희룡 전 지사 부인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정신 감정’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신과 전문의라면 상당수가 원 전 지사 부인과 같은 진단일 것”이라며 “실제 성격장애의 사례로 말하는 것들의 상당수가 이 후보의 행동과 겹친다”고 말했다.
◇ “의료 윤리? 경제학자의 정책 진단과 뭐가 다른가?”
한편, 함부로 개인의 정신 상태를 언급하는 것이 의료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B교수는 “경제학 교수가 부동산 정책을 진단할 수 있는 것처럼 정신과 교수가 공적 인물에 대해 전문가적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후보 기간부터 정신 감정 논란은 지속됐으며, 2017년 정신의학자와 심리학자 등 27명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